[간다, 파도를 만날 때까지 간다]

공동 큐레이터 : 서준호, 하나다 신이치, 리우 춘펑, 조린 로

기간 : 2014. 9. 20〜11. 22(64일간)

장소 : 고려제강 수영공장(부산광역시 수영구 구락로123번길 20)

가슴 안에 바람 일고, 발꿈치엔 불이 인다.

벽돌과 돌길, 덜커덩 마차 소리 신물 난다.

바다의 가장자리, 뭍의 끝자락이 그립구나.

사나운 대서양이 모래에서 소리치는 그곳.

오 가련다, 거리의 시끄러운 소리 뒤로 하고

앞돛 자락 들쳐지며 힘차게 돛 펼치는 곳으로

쌍돛대 범선들 출렁이는 바람센 정박지로

오, 가련다, 난 가련다, 물가에 이를 때까지

먼저 바닷바람, 갈매기 우는 소리 들으련다.

소리 내며 녹 슨 선체들 핥아대는 물결 소리를

닻을 감아 올리는 고깃배의 기계소리 들으련다.

그러면 나 어느 곳에 와 있는지 나의 가슴 알리라.

오, 벽돌과 돌길에 신물 나서 내 가슴 병들고 말았네.

바람 센 푸르고 소란스런 바다, 모비 딕 사는 곳 그리워.

가리라, 나는 가리라, 마차 소리 요란한 곳 떠나리라.

내 가슴에 바람 일고 발꿈치에 불길 이나니.

- ‘방랑자의 노래’, 존 메이즈필드(영국), 1902

위 시는 영국 시인 존 메이즈필드의 ‘방랑자의 노래’입니다. 다다르지 못한 바다를 향한 강한 의지가 느껴지시나요?

이번 아시안 큐레토리얼展의 주제인 [간다, 파도를 만날 때까지 간다]는 바로 이 시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네요!

부산, 요코하마, 상하이, 싱가포르. 나열한 4개 도시에서 어떤 것이 떠오르시나요? 눈치채셨겠지만 이 4개 도시의 공통점은 바로 ‘바다’입니다. 때문에 이번 전시에서 공동큐레이터들은 바다와 연관된 역사와 기억, 정치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런 의미들이 우리 일상을 어떻게 구성하는지 직유적, 은유적 의미로서의 바다에 담긴 4개의 소주제를 통해 풀어나갈 예정입니다.

어떤 소주제들이 있는지 살펴보실까요!?

아시안 큐레토리얼展 공동큐레이터들 (왼쪽부터)하나다 신이치, 서준호, 조린 로, 리우 춘펑

첫째, 바다의 경제적, 지정학적 영향

바다는 인간의 삶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오랜 관계를 맺어 왔는데요, 특히 19세기 중반 제국주의의 확장과 산업화 이후에는 바다의 중요성이 경제․정치․사회적으로 더욱 커져왔습니다. 이후 많은 예술가들이 무역, 관광, 에너지 등의 개발 중에 잊혀지거나 추방된 사람들의 이동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왔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예술가들의 관점을 통해 도심의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역사의 흐름에 따른 바다의 경제적, 지정학적 영향과 더불어 확장된 바다의 의미, 그리고 다양한 관계 등을 보여줄 예정입니다.

둘째, 이산인 및 주변집단

근대 열강의 침략에서 냉전에 이르기까지 한국인들은 한반도의 수많은 분쟁들을 피하기 위해 바다를 건너 대륙으로 떠났었죠. 특히 사할린으로 떠나 정착한 이들은 스탈린 정부에 의해 또 다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를 당하기도 했는데요, 이 이산인(Diaspora)들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 능동적으로 옮겨 다니는 유목민(Nomad)과는 달리 수동적으로 이동을 당한 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이러한 이주민들은 나름의 공동체를 구성하며 특정 문화를 고수해왔고, 한국과는 또 다른 그 지역 자체의 고유한 문화적 정체성과 기억, 이야기를 만들어 왔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역사와 기억이 다양한 지역에서 살고 있는 이산 작가들의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보고, 참여작가들의 융화와 저항, 정착 등 다양한 과정과 그 과정에서의 정체성의 변화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질 것입니다.

셋째, 교류의 네트워크로서의 인터넷과 오늘날의 정보를 운영하는 방법

인터넷은 정보의 ‘바다’라고도 불리죠. 이번 특별전은 인터넷과 같은 정보의 생산, 축적, 교환 등 거대한 정보네트워크인 은유의 바다 역시 탐구할 예정입니다. 인터넷 상의 정보를 훑어보는 것은 단지 바다의 표면만을 항해하는 것과 유사하며, 해수면처럼 표면에 드러난 정보 외에 나머지 정보는 축적되어 특정 자격 없이 접근이 불가한 깊은 곳에 존재하는데요, 이렇게 깊은 곳에 존재하는 축적되는 정보네트워크는 어떻게 우리가 세상과 문화를 지각하는 방식을 형성해 왔는지 그리고 오늘날의 정보 운영에 있어서 문제점은 무엇인지를 질문하게 합니다.

넷째, 심리적 거울로써의 은유적 바다 - 개인이 지각하는 에너지로서의 바다

바다는 또한 우리 내적 심리를 반영하는 거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 주제에서는 “오늘날의 바다는 어떤 감정적, 미학적, 사회적인 조건들과 관련이 있을까?”, “바다는 새로운 것 혹은 새롭게 떠오르는 공간들의 활동과 사람들의 생각 속에 감춰진 잠재성을 어떻게 드러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작가들은 작업을 통해 분출되는 바다의 에너지를 잔잔하고 고요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포악하게 드러낼 것입니다. 즉, 작가들은 바다의 자연스러운 변화와 움직임을 작가들은 자신들만의 개인적인 해석을 통해 개인이 지각하는 에너지로서의 바다를 그려낼 것입니다.

종합적으로 얘기하자면 이번 아시안 큐레토리얼展은 지리적 경계로서의 ‘바다’와 은유로서의 ‘바다’를 매개로 여러 상황 아래 얽힌 4개국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배경으로 발생하는 사회문화적 현상들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현재 젊은 신진 큐레이터들의 끊임없는 토론 속에 진행되고 있는데요, 공동큐레이터들은 지난 4월 부산에서 첫 모임을 가진 후로, 온라인 상에서 끊임없이 끊임없이 토론해 왔고, 지난 6월 중순에 다시 한 번 부산을 방문하여 전시장과 부산시민공원을 방문하는 등 전시 구상을 마무리짓기도 하였답니다.

4인방의 활약이 기대되는 아시안 큐레토리얼展!

본전시와는 또다른 신선한 매력이 기대되는 아시안 큐레토리얼展으로 관람객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부산 수영구 망미2동 코스트코 바로 옆인 고려제강 수영공장에서 9월 20일에 찾아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