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1월, (사)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는 마그 재단(Fondation Maeght) 관장이자 미술평론가인 프랑스 출신의 올리비에 케플렝(Olivier Kaeppelin)을 2014부산비엔날레를 이끌 전시감독으로 선정하였습니다.

  올리비에 케플렝 감독은 2014부산비엔날레의 전시주제로 [세상 속에 거주하기(Inhabiting the World)]를 제안하고 작가 및 작품 섭외 등 본격적인 전시준비에 들어갔는데요. 전시준비에 바쁘신 와중에도 올리비에 감독님께 2014부산비엔날레 전시감독이 된 소감과 전시주제 등 몇 가지에 대해 간략하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올리비에 케플렝, 2014부산비엔날레 전시감독>

Q1. 먼저 2014부산비엔날레 전시감독으로 선정되신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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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1. 우선 2014부산비엔날레의 전시감독 제의에 대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프랑스에 있는 한국 작가들 그리고 여러 가지 관련 분야 종사자들과의 교류 속에서 오랜 기간 한국의 현대 미술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 왔습니다. 한국 작가들의 몇몇 작품들이 프랑스 국가 컬렉션에 소장되도록 소개하기도 했지요. 또한 서울의 젊은 작가들을 위한 전시 참여, 통영의 조각 공원 방문, 김수자 등의 한국 작가들과의 만남 등이 이뤄졌던 한국 여행은 제게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처럼 오랜 기간 동안 한국 미술에 관심을 가지면서 프랑스에 한국 미술을 소개하는 역할을 자진해서 맡기도 했지요. 지난 2012년에는 부산을 방문하였는데, 2012부산비엔날레의 ‘배움의 정원’이라는 주제가 던지는 질문이 매우 흥미롭고 매력적이었습니다. 당시 부산이라는 도시와 부산 예술계 사람들의 강한 에너지를 확인하고 다시 방문하고 싶다는 느낌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들로 인해 이번 부산비엔날레의 제안을 매우 기쁘게 받아 들이게 된 것입니다.

Q2. 감독님이 갖는 ‘부산’에 대한 느낌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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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2. ‘부산’이라는 도시는 그야말로 생동적으로 발전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부산을 방문했을 때 부산의 장소성을 대표하는 항구, 바다, 건설 현장, 그리고 부산 시민들이 거주하는 여러 지역들을 둘러보면서 넘쳐나는 엄청난 에너지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지요. 또한 여러 아름다운 건축물에 입주해있는 갤러리들과 미술관들을 방문했습니다. 당시 얀 파브르展 등의 좋은 전시도 열리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방문했던 장소들 중에서도 특히 관심을 가진 곳이 항구의 부둣가 근처 지역이었는데, 이는 마치 제가 있는 프랑스 남쪽 지방에 위치한 마그 재단(Fondtion Maeght)의 환경을 연상시키기도 했습니다. 그 이유는 니스나 마르세이유처럼 항상 관광객들과 상인들로 넘쳐나는 지중해 연안의 특성을 부산에서 발견했었기 때문인데요, 상황은 다르겠지만 바다와 언덕, 도시, 항구라는 특성이 이 세상속에 존재하는 매우 특별한 가치를 드러낸다는 유사성을 지중해 연안과 부산이라는 두 장소에서 발견했습니다.

Q3. 2014부산비엔날레의 전시주제가 [세상 속에 거주하기(Inhabiting the World)]인데, 주제의 개념과, 개념을 설정하게 된 취지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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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3. [세상 속에 거주하기]란 질문의 형식을 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아직도 물질적, 정신적, 사회적 혹은 경제적, 실존 혹은 환상적이라는 모든 영역에 걸친 존재의 가능성속에서 살고 있는가?’하는 것이지요. 우리는 단지 유령처럼 사라질 복잡한 기계에 불과한 것인지, 혹은 아직도 우리의 정체성과 숙명이라는 존재의 역할을 행하는 배우로서 의식을 지니며 살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입니다. 즉 우리는 아직도 존재라는 것을 생각하며 상상할 수 있는 그 어떤 영역을 간직하고 있는 것일까에 대한 질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엄청난 변화 속에 직면해 있으며, 경제적, 생태적, 지정학적, 실존적 문제들이 영속하는 상황 속에 처해있으며, 지난 20여 년간 상이한 분과 학문의 많은 이론가와 전문가들은 이 상황을 위해 다양한 분석과 가설들을 제시해 왔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사회학자, 기술 전문가, 기획 전문가, 경제학자들이며, 사실 싱크 탱크나 미디어는 예술가들에게 자문을 구했던 적은 거의 없었지요. 예술가들은 직접적인 답변을 제시하지도, 문제에 대한 처방책을 가지지도 않았지만, 이들은 좀 더 심오하고 쉽사리 정의하기 힘든 개념들을 작동하게 만드는 ‘세상에 대한 통찰’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나는 그들이 우리에게 제시하는 답변들은 곧바로 사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미래에 비춰 볼 때 좀 더 효과적이고 좀 더 지속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 답변들은 철학적 고독 속의 개인들이, 보존되어야 하는 풍요로움 속 혹은 다양한 인간 공동체를 거친 사회적 상황 속에 놓여질 수 있도록 만들어 줍니다. 그리고 이 대답들은 시적이거나 추상적이고 작동하는 사유들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게끔 만들어 주고, 신경 생물학이나 천문학 등의 과학과도 대화를 시도하기도 하지요. 이번 전시는 바로 오늘날의 불안정한 세상 속에서 예술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Q4. 지금부터 전시 개막까지 약 8개월 남았는데요, 마지막으로 남은 기간 동안의 전시 준비 방향과 포부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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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4. 사실 전시 준비 기간이 충분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전시를 개최함에 있어서 중요한 원칙은 우선 예술가들의 작품들이 가장 적절하고 감성적으로 살아 있도록 하는 것과, 작품을 만드는 주체와 타자와의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식들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회화, 비디오, 조각, 사진, 디지털 아트, 데생 등 그 어떤 매체를 사용하더라도 중요한 점은 살아있는 공간속에서 질문의 형식으로 작품의 의미가 빛을 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건축, 인간 혹은 동물의 정체성에 관한 질문, 생태학, 오브제, 산업, 과학, 우주와의 관계 등 많은 영역을 아우르게 되겠지요. 이번 2014부산비엔날레가 예술과 예술가들과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발견할 수 있는 그 어떤 거대한 순간이 되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