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부산비엔날레 아주마야 타카시 전시감독은 일본 토쿄국립예술대-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으며, 2008 부산비엔날레 현대미술전 초대큐레이터와 토쿄 모리미술관 협력큐레이터 등을 역임했다.

2010 부산비엔날레의 주제인 '진화 속의 삶'은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쭉 생각해온 것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한 사람의 삶을 인생이라고 칭하고, 인류, 자연 등의 역사와 관련된 것을 진화라고 한다. 이번 비엔날레의 테마는 인간의 지적 진화와 관련된 것이다.

지금은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지만, 이전에는 전혀 이해되지 못한 미술작품들이 적지 않다. 그 당시도 그 작품을 보고 괜찮다고 생각한 이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 이의 평가가 여러 사람과 공유되면서 가치가 생기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지금은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돌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가 아무도 없지 않은가? 그러나 과거에는 천동설이 지배하던 시대가 있었다. 그런 시대에 몇 사람의 연구를 통해 천동설이 아니라 지동설이 바르다는 것이 규명됐고, 그것이 공유되면서 지동설이 상식이 되었다. 즉, 지금은 상식인 것이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거다.

지적 지식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각이나 인생이 관계를 맺은 것이 인류 전체로 나타난다. 미술작품은 인류의 진화와 한 인간의 인생이 뒤섞인 것으로 본다. 여기에서 인류의 진화는 미술 작품에 대한 평가, 혹은 가치이며, 한 인간의 인생은 그 작가의 삶이다. 즉, 한 사람의 작가가 만든 작품이 인생이나 인류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 전형적인 예가 고흐다. 훌륭한 작품 활동이 결과적으로는 자신의 인생에 영향을 끼쳤다. 이것은 지적 진화에 공헌하는 것은 큰 기쁨이지만, 개인한테는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우리가 하는 일도 미래의 인류에게는 무엇인가 큰 의미 있는 일로 그 가치가 부여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우리는 인터넷과 휴대전화가 없는 생활을 도저히 상상할 수 없다. 그런 새로운 것을 얻은 대신에 여러 가지를 잃어버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잃어버려간다는 것이 단어적인 의미에서 진화라고 본다. 앞으로의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을 사는 인간이 미래의 가치에 대한 책임을 가져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무슨 말인가 하면, 사건. 대부분 사건은 인간이 일으킨다. 자연이 일으킬 때도 있지만, 문명이 발달하고 나서는 인간이 사건을 발생시키고 있다. 이 사건을 윤리적으로 본다면, 옳다나 그르다라고 말할 수 있을 거다. 그러나 진화와 발전은 전혀 다른 것이다.

발전은 경제 발전, 과학 발전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좋아진다는 의미다. 반면, 진화는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나아갈 뿐이다. 즉, 진화는 좋다는 것과 나쁘다는 것이 공존하고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하나의 정부 아래 공통어를 사용하는 세계는 인간의 유토피아와 같다. 여러 가지 면에서 긍정적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 세계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적인 규모의 전쟁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들이 생활하는 지금도 그 이전에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세계대전과 경제불황, 사회혼란 등 수많은 부정적인 요소들이 존재했다는 것을 떠올리면 이해가 될 것이다.

사실 우리가 쉽게 사용하는 현대라는 말도 그렇다. 현대 이전은 근대라고 하는데, 근대라는 말은 근대 이후에 만들어진 것이다. 현대를 규정하며 그 이전을 근대라고 부른 것. 어떤 의미에서는 근대와 현대라는 말이 탄생한 것은 동시대인 셈이다. 천 년 정도 지난 미래에서는 지금의 현대를 다른 말로 부를 것은 분명하다. 대체적으로 현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정의되지만, 먼 미래에서는 전혀 다르게 정의될 수도 있는 거다.

개인적으로는 현대미술이라는 말도 동력을 잃었다고 본다. 현대미술도 근대미술과 마찬가지로 과거를 나타낸다고 본다. 현대미술이라는 말이 잘 사용되지 않는 게 최근의 세계 미술사적인 흐름이다. 현대미술보다는 동시대미술로 통일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