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비엔날레의 프랑스 시테 데자르 파견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의 출발 주자로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최한진, 김종권 작가가 선정되었으며 지난 2월 15일부터 4월 3일까지 45일간 프랑스 시테 데자르에 머물며 각국에서 온 예술가들과 활발한 교류활동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파리 곳곳의 갤러리를 둘러보고 해외 작가들의 오픈스튜디오에 참여하며 견문을 넓혀온 그들. 특히 최한진 작가는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ADRIEN/KAVACHNINA(파리/마이애미)갤러리 1년간 전속 계약을 체결하고, 미국 뉴욕의 갤러리에서 전시 예정 등의 성과를 이루어 냈습니다.
시테 데자르 파견 프로젝트의 첫 주자이자 파일럿팀으로서 남다른 포부를 가지고 프랑스에서 값진 경험을 가지고 돌아온 최한진, 김종권 작가. 그들을 만나 45일간의 생생한 프랑스 시테 데자르 프로그램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Interview with 최한진 작가




Q. 안녕하세요 작가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조각과 설치 작업을 하는 최한진입니다. 경남 통영시 산양읍 풍화리 ‘오비도’라는 전기도 안 들어오던 조그마한 섬에서 태어났고 부산에 있는 대학교를 진학했고, 그 이후로 부산에서 계속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Q. 그럼 작가님은 어떤 작품 활동을 하시는지 말씀해주세요.
>>> 저는 산업발전, 과학, 의학, 교육 등 인간들의 편리를 위해 만들어진 문명들이 미래에 미치는 영향 중, 긍정적인 부분이 아닌 부정적인 영향에 주목하고 그것을 작품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인류의 진화가 곧 퇴색해가는 미래로 직결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거죠. 그리고 ‘미지의 세계’, 이를테면 제가 태어난 바다의 생물체를 모티브를 삼아 작품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Q. 시테 데자르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출발주자로 다녀오셨는데요, 파일럿 팀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기분이 어떠셨나요?
>>> 처음 연락이 왔을 때에는 하던 일도 있었고, 해외에 나가서 45일을 살아야했기에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시테 데자르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저에게 많은 경험을 줄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한 공모가 아닌 파일럿팀으로써 먼저 제의가 들어온 것이 저에게 온 큰 기회란 생각이 들었고 나중에는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파일럿 팀에 최종 선정 되었다는 소식을 받았을 때, ‘그래 기회다!’라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Q. 총 45일 동안 시테 데자르에 머무르셨습니다. 직접 경험하신 시테 데자르, 한마디로 어떤 곳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 시데 데자르 레지던시 공간은 파리 중심에 있습니다. 숙소 앞으로는 센느강이 흐르고, 노틀담 대성당까지 바라볼 수 있는 낭만적인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전 세계작가들이 모여 있어 저에게 많은 설렘과 기대를 안겨준 곳이었습니다. 45일 동안 많은 곳을 도보로 다녔고, 곳곳에 사소한 낙서하나하나까지 재미있게 관찰하면서 다녔습니다. 이런 곳에서 제가 해야 할 미션이 떠오르더군요. 바로 "I WILL BE BACK"
오로지 미션에 성공 해야만 한국으로 돌아 갈 수 있다는 열정으로 보냈습니다. 이 곳 시데 데자르는 저에게 있어서 ‘’Dreamland(꿈의 나라)’라 할 수 있습니다.





Q. 시테 데자르에서의 하루일과는 보통 어떠셨는지 알려주세요.
>>> 시테 데자르에 머무르는 시간이 얼마 없었기에 갤러리들을 방문해서 저를 홍보하는 일에 주력했습니다. 오전 8시에 일어나 간단한 아침식사 후 10여분 동안 전날 있었던 일들을 간단하게 적으며 하루를 돌아봤습니다. 9시30분 즈음에는 비스켓처럼 간단히 요기 할 수 있는 것을 챙겨 숙소를 나와 갤러리 가이드북과 구글맵을 이용해 하루종일 갤러리를 투어했습니다. 이런 생활을 40일 동안 매일 해 왔으며 중간에 독일에도 일주일간 머무르며 독일의 갤러리들을 방문했습니다. 영어가 능숙하지 않아 딱 3마디로 절 소개했습니다.
“My name is Hanjin Choi.” 
“I’m from Busan in Korea.”
“I am Sculptor Artist.”
비록 짧은 대화였지만 이 3마디가 갤러리 투어를 다닐 때 마다 저에게 용기를 심어주었습니다.

Q. 파리의 갤러리 ADRIEN/KAVACHNINA에서 6월부터 전시를 하게 되셨다고 들었습니다.
축하드리고요, 어떻게 45일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이런 놀라운 성과를 만들어 내셨나요?
>>> 시테 데자르 프로그램을 시작하며 크게 두 가지를 생각하고 행동에 옮겼습니다. 첫 번째는 저에게 스스로 미션을 부여했습니다. ‘최소한 초대 개인전 1회는 꼭 만들고 간다.’라는 저와의 약속이 바로 그 미션이었어요. 정말 간절했습니다. 이 간절함이 저에게는 큰 용기가 되었습니다.
 두 번째는 바로 ‘대수의 법칙’으로, 대수의 법칙은 ‘표본의 수가 높아지면, 이에 따라 통계의 정밀도가 향상된다.’는 법칙입니다. 하루에 10군데에서 많게는 30군데의 갤러리를 방문을 하며 저를 홍보했습니다. 하루에 최소 10개의 갤러리를 방문 했다고 가정하면 레지던시 프로그램 기간 45일, 휴무 공휴일 빼면 37일, 37일X10번=370군데가 나옵니다. 파리에 있으면서 최소한 370개의 갤러리를 방문을 해서 저와 저의 작품을 소개 한 셈이죠. 같은 갤러리를 3번이나 방문하기도 했었구요.

이를 바탕으로 프랑스에서 열심히 뛴 결과 ADRIEN/KAVACHNINA gallery와 1년 전속 계약을 성사시켰으며 올해 6월14일부터 7월14일까지 한 달간 기획 초대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 이를 시작으로, 바젤 아트페어, 미국 마이애미 초대개인전, 등등 많은 전시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Q. 파리에서의 전시 말고 또 다른 좋은 소식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 네, 미국 뉴욕의 갤러리와 2017년에 개인전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시테 데자르에 있으며 SNS에 작품이나 전시소식을 항상 업데이트 했는데요, 미국 뉴욕에 있는 어느 갤러리에서 저의 작품을 보시고 2017년에 1~2주정도 개인전을 함께 하고 싶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습니다. 새삼 SNS의 위력을 느꼈으며 앞으로도 SNS를 제 홍보수단으로 사용할 계획입니다

Q. 부산과 파리, 예술가들을 위한 환경, 분위기 등 어떤 차이를 느끼셨나요?
>>>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문화에 대한 생각이 확연히 다른 것 같습니다. 먼저 전반적으로 형성되어있는 문화의식에 차이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파리는 문화가 생활 그 자체로 여겨지고 있는 반면, 부산은 문화는 찾아서 즐기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문화에 관심 있으신 분들도 많으시지만 말입니다. 한국은 빠르게 경제 성장을 이룬 나라인 만큼, 경제 활동이 우선이고 여전히 문화는 관심사의 우선순위에서 많이 밀려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파리는 ‘내가 능력이 되고 여유가 있으니깐 문화를 즐긴다.’는 모습이 아니라, 나이가 많든 적든 경제적 생활수준과 상관없이 생활 자체에 문화가 스며들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 생각이 답은 아니겠지만, 제가 현지에서 느껴본 바를 말씀드리자면 그렇겠네요.

Q. 앞으로의 작가 생활에 있어 이번 시테 데자르 프로그램이 어떤 계기가 될지 궁금합니다.
>>> 시테 데자르 레지던시에 한 번 입주 했던 작가들은 레지던시를 최대 1년 8개월 동안 이용 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45일을 있었으니깐 앞으로 또 좋은 기회가 생긴다면 약 600일을 더 이용 할 수 있는 거죠. 이번 부산비엔날레 시테 데자르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 유명 레지던시 시스템을 접할 수 있게 되었고, 앞으로도 해외 무대에서 여러 가지를 경험하고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또한 이번 시테 데자르 프로그램을 통해 작가로서의 창작 능력뿐만 아니라 언어적 소통의 중요성도 깨달았습니다. 시테 데자르에 있으면서 많은 작가들을 만나왔습니다. ‘작가’라는 공통점과 연결고리를 통해 서로 느낌으로 소통할 수 있었으나 불어나 영어회화가 잘 되지 못하니 많은 언어적인 대화를 하지 못한 게 아쉬웠어요. 더욱 큰 무대에서 크게 활동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영어회화는 필수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부지런히 영어 공부를 다시 시작 해보려 합니다.

Q. 그 밖의 재미있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 어느 날 아침 재료가 필요해서 레지던시 뒤편 재료상을 가는 도중이었어요. 어느 백발 할머니께서 지하철 환풍구에 끈을 연결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우스꽝스러운 광경이었으나 저는 별 생각 없이 ‘저 할머니 지금 머하시노?’ 하면서 지나쳤고요. 재료를 구입한 후 레지던시로 돌아가는 길에 지하철 환풍구를 다시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할머니가 환풍구에 조금씩 연결하던 끈들이 환풍구 바람에 흩날리며 하나의 설치 작품이 되었던 것입니다. 할머니께선 도시를 도화지 삼아 드로잉을 하시고 계셨던 것이었죠. 이상한 행동을 하는 백발의 할머니라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아티스트였던 거죠. 이때 파리와 한국의 차이를 다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멋진 작품을 볼 수 있게 해준 그 분에게 호기심과 존경을 표하며 함께 사진을 찍고, 서로 메일주소도 주고받았습니다.









Interview with 김종권 작가



Q. 안녕하세요 작가님, 간단한 자기소개와 평소 어떤 작품 활동을 하시는지 말씀주세요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부산 동아대 조각과를 나와 열심히 작업하고, 전시하고 있는 김종권입니다. 집을 구조적으로 보여주고 집의 본질과 기능을 상실한 현대적 집의 의미를 비판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Q. 시테 데자르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출발주자로 다녀오셨는데요, 파일럿 팀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기분이 어떠셨나요?
>>> 부산비엔날레에서 이러한 기회를 마련해 준 것이 너무나 좋았지만 해외에서 한 달 이상 지내고 자금을 비롯하여 그에 대한 준비를 해야 되었기에 고민이 약간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작가로서의 발전과 함께 좋은 경험이 될 것이란 기대가 있었어요. 막상 결정 하고나니 시테로 가기위한 준비 과정이 상당히 설레고 기다림이 즐겁게 느껴졌습니다.




Q. 총 45일 동안 시테 데자르에 머무르셨습니다. 직접 경험하신 시테 데자르, 한마디로 어떤 곳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 시테 데자르에서 평면, 조각, 사진 등 시각예술분야의 작가들 외에 음악, 무용 등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이 거주하고 있어 레지던시에 있는 것만으로도 서로가 교감하고 교류하며 발전하고 다양한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장소라 느꼈습니다.

Q. 시테 데자르에서의 하루일과는 보통 어떠셨는지 알려주세요.
>>> 오전과 오후에는 갤러리, 미술관, 박물관등을 둘러보는데 시간을 보내고 밤이 되면 다른 작가들의 오픈스튜디오에 참석 하였습니다. 귀국 3주전부터는 오픈스튜디오 준비를 위해 작업에 매진했습니다.

Q. 이번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생기신 변화가 있으시다면?
>>> 생각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사실 예전에는 작업에만 매진하였고, 나를 알리고 홍보하는 일은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나있었습니다. 하지만 레지던시를 통해 작가로서의 홍보와 사람들과의 교류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Q. 부산과 파리, 예술가들을 위한 환경, 분위기 등 어떤 차이를 느끼셨나요?
>>> 파리는 예술 작품들을 많이 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그 환경을 바탕으로 많은 갤러리와 작가들이 공존하고 경쟁하며 서로 발전 할 수 있는 곳이란 걸 느꼈습니다. 또한 도시 곳곳에 예술과 문화가 스며들어있어 예술가들이 더욱 자존감을 느끼고 작업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같습니다.





Q. 앞으로의 작가 생활에 있어 이번 시테 데자르 프로그램이 어떤 계기가 될지 궁금합니다.
>>> 시테 데자르에 머문 45일 동안 많은 것을 느꼈고 앞으로 작업을 진행할 때에도 많은 영향이 있을 것 같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니라 좀 더 큰 생각으로 좀 더 멀리 보며 작업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또한 무엇보다 이번 계기로 홍보에 대한 중요성을 느꼈고 작품 제작 활동을 하며 제 자신을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과 활동을 할 것 입니다.

Q. 그 밖의 재미있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 오픈스튜디오를 통해 많은 세계 여러 나라의 작가들을 만나고 교감한 것 자체가 재밌었습니다. 저의 오픈스튜디오에 세계 여러 나라 작가들이 저의 작업을 보러온 사실이 신기하고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문화원에서 하는 삼일절 행사에도 참여를 했었어요. 한국에 있을 때는 조용하게 넘어갔을지도 모르지만, 외국에 오면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나라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됐습니다. 


 

부산비엔날레 시테 데자르 파견 프로그램은 이번에 파견된 최한진, 김종권 작가 2명을 포함하여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매년 6명(12개월 1명, 3개월 1명, 45일 4명)의 국내 작가를 시테 데자르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보낼 계획입니다.

앞으로 공개모집을 통해 작가들을 선정할 예정이며 향후 진행될 시테 데자르 파견 프로젝트에 대한 공모를 비롯하여 세부 진행 사항들은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공식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공지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과 기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