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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있으라.
하봉호(Ha Bongho)는 1986년 도쿄에서 열린 개인전을 마지막으로 지난 20년간 상업사진에만 매달려 왔다. 상업사진 작가로서 그의 신체는 단지 카메라의 일부였으므로 그의 비디오 퍼포먼스에서 고통 받는 신체는 작가 자신의 몸과 더불어 비디오카메라도 포함된다. 예를 들면 아무런 편집 없이 약 2 시간 가까이 실제 퍼포먼스에 소요된 시간 그대로 녹화한, 작가 자신이 산을 기어오르는 그의 최근 퍼포먼스 작업 <뒤산 오르기 Vital Signal>을 보자. 단 한순간도 쉬지 않고, 잔설이 남아있는 가파른 겨울 산을 오르는 작가 자신의 신체는 화면 안에 결코 보이지 않지만 거의 죽을 듯이 몰아대는 그의 거친 호흡이 신음에 가깝게 변하면서 관람자에게 점점 뚜렷하게 의식된다. 그의 신체 못지않게 작가가 무릎 높이로 손에 들고 부딪칠 듯 다가오는 경사진 지형을 함께 오르는 카메라 역시 '죽을 지경'에 도달한다. 이 등산 퍼포먼스에서 보이는 '죽음에의 충동Death Drive'은 이번 비엔날레 출품작 "빛이 있으라 Let there be light"에서 좀 더 성찰적인 계기로 전환된다. 장시간 강렬한 조명에 노출되어 화상을 입을 정도로 달구어진 안구의 홍채(iris)는 심연을 알 수 없을 정도의 블랙홀과 같이 보이는 눈동자(pupil)와 더욱 대비된다. 엄청난 크기로 확대된 안구의 이미지는 스크린 전면에 프로젝션되어 관람자 앞에 현전하게 됨으로써 마치 인공위성을 통해 전송된 우주 행성의 이미지와도 같아 보인다. 작가가 여기서 던지는 질문은 의미심장할 정도로 형이상학적이다. 과연 시선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를 초월하여 우주의 역사처럼 진화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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