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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제 (비닐 봉지) 2. 민주주의(악마주의)
카더 아티아가 2008년 제작한 설치작업 <카스바 Kasbah> 역시 하위주체들의 삶과 관련이 있다. 그가 경험한 콩고, 알제리아 또는 베네주엘라와 같은 나라들의 빈민가(favela)에 거주하는 하위주체들의 삶의 양식을 참조한다. 버려진 함석 지붕, 접시안테나, 시멘트 블록 그리고 폐타이어 등은 현지 지방 특유의(vernacular) 건축을 떠올리게 한다. 그렇지만 전시실 바닥의 상당히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설치된 함석판 지붕 위를 걷는 관객들은 매우 특수한 경험을 겪게 된다. 굴곡진 함석판들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지각 경험도 흔치않지만 다닥다닥 붙어있는 남의 집 지붕들 위를 실제로 걷고 있는 느낌이 들면 그 심리적 경험 또한 그에 못지않게 특별하다. 글로벌 경제의 혜택과는 거리가 먼 이들의 삶은 비루해 보일지 모르지만 비좁은 삶의 공간에서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는 그들의 '인접성'은 빈자의 미학(Aesthetics of the poor)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짐작하게 해준다. <카스바>와 같은 전시실에 설치되었던 <무제Untitled(비닐 봉투Plastic Bags)> 역시 이와 같은 '빈자의 미학'을 반영한다. 형식적인 관점에서 초현실주의자 브라사이(Brassai)의 <무의지적 조각involuntary sculpture>을 연상시키는 이 비닐 봉투들은 스스로를 지탱하기 어려운 연약한 존재들이지만 달리 보면 그 비어있는 형태들로 공간을 채우고 있는 덧없는 존재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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