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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니타스
이병호는 실리콘 등의 부드러운 소재와 공기 압축기를 조각에 응용하여 조각 작품의 움직임을 부가한 작가이다. 그 중에서도 그의 작품 <바니타스(Vanitas Bust)>는 미술 작품, 특히 견고한 초상 조각 등이 보장해온 ‘불변의 미’에 대한 의문을 솔직하면서도 간결하게 표현하고 있다.
“바니타스(Vanitas)”란 라틴어로, 영어 "바니티(vanity)"의 어원이기도 한데, “허영심” 또는 “오래가지 않을 영광”을 뜻한다. 또한 미술사에 있어 “바니타스”는 16, 17세기 네덜란드의 플랜더스 지방을 중심으로 유럽의 부유층 간에 유행했던 정물화 양식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병호의 <바니타스> 또한 아시아 계통의 인물을 모델로 삼으면서도, 언뜻 보면 유럽의 마니에리스모(Manierismo)양식을 본뜨고 있다. 그러나 그 표면은 대리석이 아닌, 부드러운 실리콘의 막으로 되어 있는데 조각대 안에 설치된 공기압축기의 제어에 의해 젊고 아름다웠던 얼굴이 점점 주름살 가득한 노인의 얼굴로 변해가는 것이다.
이병호는 이번 전시에 남여 한 쌍으로 구성된 <바니타스>를 출품한다. 우리들이 보는 앞에서 늙어가고 젊어지기를 거듭하는 조각상은 유럽의 “바니타스” 못지않게. 우리들이 가차 없이 늙어가다가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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