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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
이번 비엔날레의 출품작인 ‘Calm’은 삶의 궤적 속에서 고루하게 방치되고 남겨진 파괴된 삶과 문화의 흔적이자, 끊임없는 전쟁과 충돌이 발생하는 중동 나라들의 지역적 이슈에 대한 냉소적 주목이다. 그리고 동시에 인간의 분쟁 이후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처절한 고요함에 대한 은유이며, 삶의 궤적 속에서 끊임없이 존재하였던(종교적이거나 이념적 혹은 그 외의 어떠한 이유로든 생겨나는) 인간 집단끼리의 지배권 획득을 위한 분열적 행위에 따른 파국적 순환에 대한 암시인 것이다.
‘Calm’은 마치 지구의 표면이 미약한 호흡에 따라 미동하는 듯이, 물결의 잔잔한 흐름처럼 움직이고 있다. 관객들은 작품 앞에 다가서기 이전에는 어떠한 물리적 충격 앞에 생겨났을 법한 단순한 폐허의 현장을 목격하지만, 작품 앞에 다가서서 작품의 움직임을 지각하는 순간 작품의 고요한 요동은 자신도 모르게 심장과 호흡의 약동과 일체를 이루게 되며, 내면의 평정을 흐트리는 파장에 동요될 것이다. 그리고 결국 작품이 만들어내는 실제인지 환영인지 모를 폭풍전야의 고요한 불안감 같은,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원초적 감각의 경계에 서있음을 의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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