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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륨시리즈(집·얼굴·불·물고기)
이 대나무 작품은 사실 대나무의 본성과는 어그러진다. 대나무는 곧게 자라나 서정국의 대나무는 마치 식물의 뿌리처럼 말리고 휘어져 있거나 곰방대처럼 쭉 뻗어 있다.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뿌리덩굴, 잔가지나 잎이 없는 밋밋한 줄기일 뿐 사실은 대나무가 아니다. 그런데도 시각적으로 작품은 대나무의 성질을 고스란히 표출하고 있다. 스테인리스스틸의 차가운 물성과 대나무의 곧은 시각성이 대나무가 아닌 작품을 대나무처럼 연출하는 것이다. 작가가 궁극으로 다루고자 하는 바가 자연 혹은 식물의 겉을 묘사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러움에 다다르고자 함을 확인시켜주는 예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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