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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체 진화(바다에서 우주로)
원시 생명체의 형상을 한 최근의 돌조각에는 견고한 돌의 양감과 생명체가 지닌 부드러운 질감이 서로 조화를 이루는 경향을 띤다. 원형과 수직, 무채색과 채색, 정지와 움직임이 작품 사이사이에 스민다. 화강석이 가진 텁텁한 질감을 매끈한 자개 조각으로 보충하고 각이 선 날카로움은 둥글거나 유선형의 부드러움으로 균형을 유지한다. 이 상상력으로 가득 찬 미지의 생명체는 과거의 오래된 고대 생명체의 이미지를 전유하면서 우주적 공간과도 맞닿아서 과거와 미래의 시간을 시각적으로 겹치게 만든다. 이런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그는 다양한 돌의 질감들을 보여준다. 돌 표층이 그대로 드러나게 하거나 돌을 깨 돌의 속살을 보여주거나 돌을 절단하여 이질적인 돌을 결합하거나 돌이 아닌 듯 정교한 외피를 보여주는 방식에서 그는 돌의 연금술사라 불릴 만하다.
비엔날레에 출품한 <생명체 진화(바다에서 우주로)>는 2003년 이후의 경향을 아우른다. 원시 생명체는 이제 막 수영강을 나와 나루공원에서 피부를 말리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매끈한 더듬이와 다리는 변태하여 큼지막한 날개로 변할 것이다. 저 묵직한 몸집이 하늘로 날기 위해선 부산을 그늘로 덮을 만큼 크고 긴 날개가 필요할 것이다. 까마득한 우주로 날아가기 전에 잠시 쉬고 있는 이 이방인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던져보시라.
©정형탁(독립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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