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너짐 |
| 링고 부노안(이것은 동화가 아니다: 동남아시아의 속삭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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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짐
링고 부노안의 작품 <무너짐>에서 중심이 되는 것은 붕괴의 순간이다. 이는 작가가 작품에 사용한 소재의 속성—그녀는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수백 개의 헌 베개를 모았다—에서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작가는 이들 베개를 사용하여 거대한 벽 설치작품을 쌓았으며,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은 당시의 설치 작업에서 파생되었다.
<무너짐>에서 관객은 작가가 베개를 하나씩 집어 들어 벽돌을 쌓듯 임시로 쌓아올려가는 모습을 본다. 작가는 벽을 세우려 하지만 높이가 그녀의 허리춤에 이르기도 전에 베개들은 무너지고 만다. 작가는 끊임없이 시도한다. 베개가 쌓아올려졌다가 무너지는 그 필연적인 붕괴의 순간마다 매번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차분하게 대처한다. 결국 작가는 베개 쌓기를 포기하고 베개는 바닥에 잔해처럼 흩어진 채 남겨진다.
링고 부노안은 일상적인 물건에 담긴 무수한 함축과 의미를 발견하고 이를 창작 과정, 공동 작업, 역사 및 신체 등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는 포괄적인 제스처를 창출해내는 데 사용한다. 이전의 미니멀리즘과 개념미술적 접근법을 재해석한 그녀의 이번 작품은 이상향을 추구하는 현대문명의 투쟁을 보여준다. 부질없고 미약하면서도 웅장하고 감동적인 이 작품은 방향을 잡지 못한 채 희망과 실패라는 쌍둥이 기둥 사이를 끝없이 되튀며 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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