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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르레기 떼 III
<찌르레기 떼 III (흑 구름)>에서는 찌르레기 떼가 숲을 빙 둘러싸고 있다. 새들이 군집하여 무리를 짓는 모습이 커다랗고 투명해 보이는 형태에서 빽빽하고 시커먼 구름으로, 하늘에 딱딱한 물건이 떠 있는 듯한 모양새로 극적으로 변해간다. 이 영상의 특징은 공격성에 있다. 빠르고 불규칙한 카메라 움직임은 현실감을 극대화할 뿐 아니라 카메라가 새들의 이 재빠른 이합집산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는 환상마저 준다. 관찰자의 시선은 이 환각적인 경험의 순간들에 적응하기 위해 고분 분투한다. 난 데 없고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새들의 모습에 현실감을 주는 것은 나무의 모습이다.
<찌르레기 떼 I (나무)>에서 밤을 맞은 새들은 이제 나뭇가지 위로 앉는다. 하지만 여전히 이들을 주시하는 카메라의 방해와 가장 좋은 장소를 찾기 위해 계속되는 신경전 때문에 아직 완전한 평화는 오지 않는다. 카메라는 다양한 각도에서 고정된 시선을 유지하며 관찰을 계속한다. 무성한 잎사귀, 새, 그리고 하늘의 일부 등을 담은 감도 높은 흑백 톤의 세심한 화면은 주제만큼이나 배경을 영상의 중요한 요소로 부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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