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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떠나면
바다를 본다는 것은 어쩌면 다른 어떤 풍경이나 대상을 본다고 할 때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경험, 말하자면 채 다 보아지지 않는 어떤 것 앞에서 시선의 목적을 잃어버리는 상황을 대략적으로 가리키는 말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이완의 체험이 명료하게 보아야 할 것들, 시선의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들로 가득한 일상에 일시적인 중단을 선사하는 것이리라.
화폭을 시원하게 채우고 있는 일견 미니멀한 수평선의 이미지들은 바다 앞에 섰을 때와는 또 다른 의미에서 무엇을 보아야 할지 모르는 기분에 잠기게 한다. 어떤 강한 주장도 느껴지지 않는 파랑들. 작가는 꿈속의 바다, 파도를 훔친 바다, 침묵의 바다, 깊은 심해, 월인천강지곡, 검정 먹빛의 밤바다, 만월 등 자신만의 Blue를 만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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