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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의 기억
“서쪽 바닷가에 간 적이 있다. 발밑에 둥근 물건 하나를 보았다. 난 그 깡통이 어느 나라 것인지 그리고 왜 그곳에 와 누워있는 지 알아보기로 했다. 연구실을 차려 그 화석을 깨워보기로 한다. 공간과 시간을 서둘러 견디기 위해 공장에서 탄생했을 그 깡통은 현재의 먼 기억을 말해줄 것이다.”
작가는 서해안에서 우연히 발견한 통조림 깡통으로부터 과거를 복원하는 작업을 시도한다. 그러나 과거를 추적하는 작가의 방법은 상상과 현실, 과거와 현재의 구분이 모호한 지점에서 이루어지며, 복원된 허구적 과거 역시 가정과 실재가 뒤섞인 모습으로 제시된다. 작가는 이렇게 기록과 역사적 기억의 공간을 교란함으로써 그 이데올로기적 허약함을 드러낸다. 동시에 허구적으로 지시되고 있던 공공의 빈자리를 채울 또 다른 나눔과 공존의 윤리를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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