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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도시 안에서 말할 수 있는 것
이호진의 작업을 대할 때면 단숨에 펼쳐놓은 듯한 화면 내의 넘치는 에너지에 강한 인상을 받는다. 그러나 일련의 구성 속에 파편처럼 숨겨진 시각적 부호들을 해독하다 보면, 추상화처럼 보이는 화면 속에 누적되어있는 복잡한 의미의 층들을 만나게 된다.
[…] 이호진의 회화공간은 후기 자본주의 사회 속에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투영하는 제3의 장소로서, ‘21C Diffi_World’, ‘Post-Community’, ‘Twilight Farm’, ‘Republic’과도 같이 주관적으로 의미화된 단어들로 표현되어왔다. 거기에는 도시문명과 자본과 금융이 모든 것의 기준이 되는 사회, 자본의 잉여적 가치들이 삶의 본질을 전도해버리는 사회, 시스템이 실체를 넘어버리는 사회와 그 속에 살고 있는 개인의 정신적 태도가 함께 얽혀있다.
- 이은주, 「Man in Republic」중에서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물질적 가치에 의해 살아가는 많은 인생들은 대량 생산되고 소비되는 상품의 재생산과 같은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런 과정 자체는 엄청난 삶의 낭비와 희생을 요구한다. 삶이 이와 동일시되지 않기 위해서는 소비와 소유가 아닌 본질적 가치의 추구가 필요하다. 본인은 부산을 본거지로 하거나 지역정서를 대변하는 대기업 상품의 인쇄지나 광고지들을 활용하여 이러한 관점을 조형화할 것이다.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것, 내가 지금 서 있는 곳에 대한 의구심과 희망 속에서 발견한 아이콘들을 다시 그리거나 지우는 즉흥적인 현장 작업으로 벽면 회화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 「작가노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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