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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상Ⅱ
카토 고(加藤豪)의 작품 중 다수는 외관이 스타일리쉬한 한편, 작품 내부에는 부성과 모성, 일본과 서양, 폭력과 관용, 우월감과 열등감 등 인간의 심리에서 서로 모순되어 존재하는 요소들이 갈등하고 있는 인상을 준다.
그 중에서도, 그의 <조각상 Une Statue>은 매우 긴 시간에 걸쳐 제작해 온 연작이다. <조각상 1 Une Statue 1>은 쭉 뻗어 세운 중지 끝에 휘핑크림이 묻어 있는 것에서도 볼 수 있듯이, 남성성을 과시하며 도발하면서도 한편 패배를 인정하는 듯한 남자답지 않음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조각상 2 Une Statue 2>는 할복, 그것도 분명 일본의 문학자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의 자결을 모티브로 하였다. <조각상 3 Une Statue 3>에서는, 둔부를 가진 입술이, 허공을 향하여 구애하고 있다. 이들 작품에 대하여 카토 고가 ‘Statue’라 부르기로 한 것은,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세르가 저서 『조각상. 기초에 대한 두 번째 책 Statues. Le second livre des fondations』(1987)에서 전개했던 개념에 따른 것이다. 미셸 세르는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어떤 공동체의 배후에 존재하는 희생자를 ‘조각상’이라 논하였다. 이 제목이 주는 힌트에 따르면, 이들 작품을 나열해 보았을 때 '도발', '자기희생', '대가 없는 사랑'이라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이들 연작은 일종의 연약함을 지닌 남성성을 초극(超克)하고자 한 카토 고 자신의 격투의 흔적이기도 하다.
-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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