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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바르다 카이바노의 작업은 회화의 죽음과 재탄생이라는 논쟁의 소지가 많은 주제와 무관하게, 그 자체의 세세한 사건, 존재와의 일상적 투쟁에 집중하는 듯하다. 추측컨대 그녀는 작품의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회의(懷疑)’를 통해 부단히 창작에 열중할 수 있었을 것이다. 미술관과 화랑에서의 전시를 통해 자신의 길을 모색하는 작가들의 경우 어느 정도 ‘기성화되었다’고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겐 전체적인 안정감이 결여되어 있다.
화면에 가해진 색채는 이내 표면을 덮고 있는 염료 속으로 스며든다. 흔적들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거의 지워지고, 완성도 높은 회화적 표현을 남기려 하지도, 또 남길 수도 없는 더러운 손자국들이 화면곳곳에 드러난다. 바르다 카이바노의 전작품에서, 우리는 그녀가 창조한 우주에서 일정불변의 요소가 영속적이며 생기 있게 유동하는 듯 여러 화면을 옮겨 다니며 문제와 해답을 제시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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