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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오렌지'는 하얀 벽면에 80여점의 단색 슬라이드를 연속적으로 투영시켜 보여주는 작업입니다.
촬영 물질에 오렌지색 염료가 있으면 피부가 지나치게 핑크 빛으로 보이게 되므로, 대부분 필름의 스펙트럼에는 이 색이 빠지도록 되어 있습니다. 오렌지 계조를 얻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흑백 사진의 계조를 높이기 위해 쓰이는 오렌지 필터를 사용하고, 종류가 다른 인화지, 시트, 셀 등을 포갠 뒤 여러 종류의 필름 위에 다중노출로 촬영을 해야만 합니다.
애초 우리의 목적은 관타나모 교도소 수감자들이 입고 있는 작업복의 색상, 곧 아주 강렬하지만 형광 빛은 돌지 않는 그 오렌지 색을 포착해내는 것이었습니다.
동시에 우리는 탈포퓰리즘과 신 보수주의가 팽배한 네덜란드의 일상에서 이제는 꽤나 중요해져 버린 민족주의적 공감대와 직면합니다. 발켄엔데 정부가 지난 200년 월 만 천명에 달하는 불법 이주자들을 추방하기로 결정한 이래 네덜란드의 이민 정책은 유례없는 이데올로기적 극단을 치닫는가 하면, 한 여론조사는 네덜란드 시민 84퍼센트가 가장 이상적인 국가형태로 군주제를 꼽았음을 보여준 바 있습니다. 베아트릭스 여왕과 그녀의 가족, 곧 오렌지 왕가에 대한 이러한 관심은 비단 2차 대전을 기점으로 생겨난 것만은 아닌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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