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프랑스 출신 마리 보보가 2010년 서울 체류 시 제작한 <Subak>은 서울의 한 가파른 골목길에서 촬영되었다. 영상의 주인공인 수박은 비탈지고 좁은 골목길을 여기저기 누빈다. 누군가와 경주를 하듯 빠르게 굴러 가기도 하고 지친 듯 느리게 굴러가기도 한다. 진행 과정 중 벽과 자전거, 쓰레기통 등 골목길에 놓여 있는 사물과 마주하거나 아슬아슬하게 피해 가기도 하고, 크게 부딪치기도 하며, 가던 방향을 바꾸어 굴러가는 모습들이 영상에 담겨져 있다. 리듬감 있게 굴러가는 수박을 보며, 관객은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며, 수박이 굴러가며 만나는 장애물에 수박이 부딪칠 때마다 수박의 최후에 마음을 졸이며 보게 된다.

우리의 삶 역시 수박처럼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가고 때로는 지쳐 잠시 쉬어가기도 한 다. 가끔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길이 뻗어 있기도 한다. 그리고 진행 중 많은 장애물을 만 나 넘어가기도 하고 때로는 크게 부딪혀 큰 상처를 받기도 한다. 이런 수박의 여정이 우리 의 인생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작가는 이 작품에서 보여준다.